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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은 6월의 비와 어둠의 입김
    · · · 식은땀이 물거품이 되어 입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했다. 눅진한 공기가 그녀의 온몸을 짓눌렀다. 그리고 절대로 놓아주지 않았다. 불우한 공기의 온도는 비를 몰고 왔다. 키코는 생각했다. 만일 이것이 내가 살기 위해 지새운 밤들의 복수라면. 그리고 그런 무게를 눈물처럼 흘리는 거라면.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로 밖을 바라보았다. 홍콩은, 오늘도 흐렸다. ❖ 식은 6월의 비와 어둠의 입김 키코는 아무런 말 없이 소파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몸을 돌보는 것은 그녀 자신뿐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우원이 그녀를 돌보는 일은 차라리 없는 편이 좋았다. 키코는 그를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우원의 마음이 그녀의 생각보다 아주 까마득하게 먼 곳에 있다는 것 정도는 제대로 알 수 있었..
    · · · 식은땀이 물거품이 되어 입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했다. 눅진한 공기가 그녀의 온몸을 짓눌렀다. 그리고 절대로 놓아주지 않았다. 불우한 공기의 온도는 비를 몰고 왔다. 키코는 생각했다. 만일 이것이 내가 살기 위해 지새운 밤들의 복수라면. 그리고 그런 무게를 눈물처럼 흘리는 거라면.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로 밖을 바라보았다. 홍콩은, 오늘도 흐렸다. ❖ 식은 6월의 비와 어둠의 입김 키코는 아무런 말 없이 소파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몸을 돌보는 것은 그녀 자신뿐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우원이 그녀를 돌보는 일은 차라리 없는 편이 좋았다. 키코는 그를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우원의 마음이 그녀의 생각보다 아주 까마득하게 먼 곳에 있다는 것 정도는 제대로 알 수 있었..
    2024.06.08
    2024.06.08
    식은 6월의 비와 어둠의 입김
    · · · 식은땀이 물거품이 되어 입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했다. 눅진한 공기가 그녀의 온몸을 짓눌렀다. 그리고 절대로 놓아주지 않았다. 불우한 공기의 온도는 비를 몰고 왔다. 키코는 생각했다. 만일 이것이 내가 살기 위해 지새운 밤들의 복수라면. 그리고 그런 무게를 눈물처럼 흘리는 거라면.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로 밖을 바라보았다. 홍콩은, 오늘도 흐렸다. ❖ 식은 6월의 비와 어둠의 입김 키코는 아무런 말 없이 소파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몸을 돌보는 것은 그녀 자신뿐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우원이 그녀를 돌보는 일은 차라리 없는 편이 좋았다. 키코는 그를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우원의 마음이 그녀의 생각보다 아주 까마득하게 먼 곳에 있다는 것 정도는 제대로 알 수 있었..
  • 구원
    2024.03.23
    구원
    ··· 둥지에서 벗어나본 적이 없는 작은 새는 자신이 가진 것이 얼마나 따스한 행운인지 알지 못한다. 그곳에서 밀려나 추락하는 순간에 도달해야만 자신이 얼마나 높은 곳에 있었는지, 그 바깥은 얼마나 춥고 혹독한 곳인지 깨닫는다. 키코의 아버지는 사고로 숨을 거두었다. 빈말로도 화목한 가족은 아니었지만 처음 겪어보는 상실의 무게는 어쩔 수 없이 버거웠다. 그럼에도 키코에게는 남은 것이 있었기에, 그는 그것들로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인생은 퍼즐보다는 젠가 같아서 어느 한 조각을 빼면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는 것을, 어떤 불행은 다른 불행을 낳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기에는 너무 어렸다.  어머니의 생각은 달랐던 듯하다. 죽음이라는 것이 두려웠던 건지 죽음 이후에 남겨진 삶이 무서웠던 건지, 혹..
    ··· 둥지에서 벗어나본 적이 없는 작은 새는 자신이 가진 것이 얼마나 따스한 행운인지 알지 못한다. 그곳에서 밀려나 추락하는 순간에 도달해야만 자신이 얼마나 높은 곳에 있었는지, 그 바깥은 얼마나 춥고 혹독한 곳인지 깨닫는다. 키코의 아버지는 사고로 숨을 거두었다. 빈말로도 화목한 가족은 아니었지만 처음 겪어보는 상실의 무게는 어쩔 수 없이 버거웠다. 그럼에도 키코에게는 남은 것이 있었기에, 그는 그것들로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인생은 퍼즐보다는 젠가 같아서 어느 한 조각을 빼면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는 것을, 어떤 불행은 다른 불행을 낳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기에는 너무 어렸다.  어머니의 생각은 달랐던 듯하다. 죽음이라는 것이 두려웠던 건지 죽음 이후에 남겨진 삶이 무서웠던 건지, 혹..
    2024.03.23
    2024.03.23
    구원
    ··· 둥지에서 벗어나본 적이 없는 작은 새는 자신이 가진 것이 얼마나 따스한 행운인지 알지 못한다. 그곳에서 밀려나 추락하는 순간에 도달해야만 자신이 얼마나 높은 곳에 있었는지, 그 바깥은 얼마나 춥고 혹독한 곳인지 깨닫는다. 키코의 아버지는 사고로 숨을 거두었다. 빈말로도 화목한 가족은 아니었지만 처음 겪어보는 상실의 무게는 어쩔 수 없이 버거웠다. 그럼에도 키코에게는 남은 것이 있었기에, 그는 그것들로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인생은 퍼즐보다는 젠가 같아서 어느 한 조각을 빼면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는 것을, 어떤 불행은 다른 불행을 낳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기에는 너무 어렸다.  어머니의 생각은 달랐던 듯하다. 죽음이라는 것이 두려웠던 건지 죽음 이후에 남겨진 삶이 무서웠던 건지, 혹..
  • 어리석다고 해도 좋아요.
  • 신을 믿어? 어리석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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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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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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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12.09
  • 영원한 수렁
    나는 너를 질척한 늪의 깊은 곳까지 끌어내리고 싶다.  늪은 꾸준히 내리는 눈과 비에 의해 생긴다. 나는 이미 폭우가 쏟아지는 여름을 한 폭의 명화처럼 보관했다.그곳에 겨울에 쏟아지는 하얀 눈발을 녹여 영원불멸의 수렁을 만들었다. 누구든 한 번 빠지면 그대로 익사하는 곳이다.나는 이 안에서 너의 목에 손을 얹고, 규칙적으로 뛰는 맥박을 느끼고 싶다.  그러니 네가 깊은 밤에 풀과 나무, 위험한 짐승들을 피해 도망치다 가 발밑을 살피지 못하길 바란다. 시선을 아래로 내렸을 때, 이미 발목은 늪에 빠져버렸고,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면 더 깊게 빨려 들어갈 것이다. 서서히 가라앉는 몸과 가빠지는 호흡에 무너지는 이성적 판단. 스치듯이 지나가는 기억의 파편, 절망을 그러모은 감정이 나부..
    나는 너를 질척한 늪의 깊은 곳까지 끌어내리고 싶다.  늪은 꾸준히 내리는 눈과 비에 의해 생긴다. 나는 이미 폭우가 쏟아지는 여름을 한 폭의 명화처럼 보관했다.그곳에 겨울에 쏟아지는 하얀 눈발을 녹여 영원불멸의 수렁을 만들었다. 누구든 한 번 빠지면 그대로 익사하는 곳이다.나는 이 안에서 너의 목에 손을 얹고, 규칙적으로 뛰는 맥박을 느끼고 싶다.  그러니 네가 깊은 밤에 풀과 나무, 위험한 짐승들을 피해 도망치다 가 발밑을 살피지 못하길 바란다. 시선을 아래로 내렸을 때, 이미 발목은 늪에 빠져버렸고,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면 더 깊게 빨려 들어갈 것이다. 서서히 가라앉는 몸과 가빠지는 호흡에 무너지는 이성적 판단. 스치듯이 지나가는 기억의 파편, 절망을 그러모은 감정이 나부..
    2023.12.09
    2023.12.09
    영원한 수렁
    나는 너를 질척한 늪의 깊은 곳까지 끌어내리고 싶다.  늪은 꾸준히 내리는 눈과 비에 의해 생긴다. 나는 이미 폭우가 쏟아지는 여름을 한 폭의 명화처럼 보관했다.그곳에 겨울에 쏟아지는 하얀 눈발을 녹여 영원불멸의 수렁을 만들었다. 누구든 한 번 빠지면 그대로 익사하는 곳이다.나는 이 안에서 너의 목에 손을 얹고, 규칙적으로 뛰는 맥박을 느끼고 싶다.  그러니 네가 깊은 밤에 풀과 나무, 위험한 짐승들을 피해 도망치다 가 발밑을 살피지 못하길 바란다. 시선을 아래로 내렸을 때, 이미 발목은 늪에 빠져버렸고,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면 더 깊게 빨려 들어갈 것이다. 서서히 가라앉는 몸과 가빠지는 호흡에 무너지는 이성적 판단. 스치듯이 지나가는 기억의 파편, 절망을 그러모은 감정이 나부..
  • 빛을 향해 몰려드는 날개 달린 것들이 있었다.
    빛을 향해 몰려드는 날개 달린 것들이 있었다. 그 빛에 닿으면 죽는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고, 그저 그 온기를 얻고 싶어서 찢길 듯한 얇은 것을 지니고 하늘을 달리는 것이었다. 우원에게 키코는 그런 날개 달린 것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중 가장 특별했다. 빛과는 다른, 시커먼 날개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까만 색은 빛을 받아 반짝이며 어룽거릴 때 가장 아름다워서, 우원은 그녀를 그 빛 아래에 영원히 두고자 마음먹었다. 대개 전지전능한 것들은 마음먹은 것을 무조건 해낼 수 있었다. 이 땅에서 일컬어지는 신들은 모두 그러하였다. 그들과의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말뿐인 권능을 자랑하고 휘두르느라 사람의 죽음을 목도하였지만, 우원은 그 권능을 위해 무엇이건 할 수 있는 자라는 점에 있었다.  키코는 알고..
    빛을 향해 몰려드는 날개 달린 것들이 있었다. 그 빛에 닿으면 죽는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고, 그저 그 온기를 얻고 싶어서 찢길 듯한 얇은 것을 지니고 하늘을 달리는 것이었다. 우원에게 키코는 그런 날개 달린 것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중 가장 특별했다. 빛과는 다른, 시커먼 날개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까만 색은 빛을 받아 반짝이며 어룽거릴 때 가장 아름다워서, 우원은 그녀를 그 빛 아래에 영원히 두고자 마음먹었다. 대개 전지전능한 것들은 마음먹은 것을 무조건 해낼 수 있었다. 이 땅에서 일컬어지는 신들은 모두 그러하였다. 그들과의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말뿐인 권능을 자랑하고 휘두르느라 사람의 죽음을 목도하였지만, 우원은 그 권능을 위해 무엇이건 할 수 있는 자라는 점에 있었다.  키코는 알고..
    2023.12.09
    2023.12.09
    빛을 향해 몰려드는 날개 달린 것들이 있었다.
    빛을 향해 몰려드는 날개 달린 것들이 있었다. 그 빛에 닿으면 죽는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고, 그저 그 온기를 얻고 싶어서 찢길 듯한 얇은 것을 지니고 하늘을 달리는 것이었다. 우원에게 키코는 그런 날개 달린 것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중 가장 특별했다. 빛과는 다른, 시커먼 날개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까만 색은 빛을 받아 반짝이며 어룽거릴 때 가장 아름다워서, 우원은 그녀를 그 빛 아래에 영원히 두고자 마음먹었다. 대개 전지전능한 것들은 마음먹은 것을 무조건 해낼 수 있었다. 이 땅에서 일컬어지는 신들은 모두 그러하였다. 그들과의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말뿐인 권능을 자랑하고 휘두르느라 사람의 죽음을 목도하였지만, 우원은 그 권능을 위해 무엇이건 할 수 있는 자라는 점에 있었다.  키코는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