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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수렁

 

 

 나는 너를 질척한 늪의 깊은 곳까지 끌어내리고 싶다.

 

 늪은 꾸준히 내리는 눈과 비에 의해 생긴다. 나는 이미 폭우가 쏟아지는 여름을 한 폭의 명화처럼 보관했다.

그곳에 겨울에 쏟아지는 하얀 눈발을 녹여 영원불멸의 수렁을 만들었다. 누구든 한 번 빠지면 그대로 익사하는 곳이다.

나는 이 안에서 너의 목에 손을 얹고, 규칙적으로 뛰는 맥박을 느끼고 싶다.

 

 그러니 네가 깊은 밤에 풀과 나무, 위험한 짐승들을 피해 도망치다 가 발밑을 살피지 못하길 바란다. 시선을 아래로 내렸을 때, 이미 발목은 늪에 빠져버렸고,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면 더 깊게 빨려 들어갈 것이다. 서서히 가라앉는 몸과 가빠지는 호흡에 무너지는 이성적 판단. 스치듯이 지나가는 기억의 파편, 절망을 그러모은 감정이 나부낀다.

 

 생존 본능이 아무리 경고를 울려도 그때쯤이면 너는 이미 내 품 안에 있을 것이다. 네가 체념에 익숙한 여자인 것을 알고 있다. 사방이 막힌 곳에 갇혀버렸다는 것을 알면 도망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겠지. 그런 너를 완전히 내 안에 가두어 낯선 향이 남은 바깥의 것들을 전부 토해내게 한다면 너는 요람에 잠든 아이처럼 편안해질 수 있을 텐데.

 

 바람 거세어 상처 내는 겨울 하늘과 맨발 아래로 파고드는 황야보다는 이곳이 따뜻하리라. 너는 이미 살갗을 스치는 얼음에 조각났고, 사막의 먼지로 시야가 가려졌다. 그런 너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척 하면서 그대로 집어삼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최후에 내가 너의 상처를 다시 헤집어내더라도 너는 지배에 굴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배와 종속. 나에게 가장 안정감을 주는 단어이다. 너와 내가 가장 익숙하게 여기는 단어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이것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겠다. 사랑. 먼 고대부터 지금까지 인류를 존속하게 한 위대하고 어리석은 단어. 너는 결국 사랑에 의해 죽어가는 것이다.

 

 네가 이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영원히 너와 이 아늑한 늪 속에서 함께 할 테니까. 훗날의 사람들이 우리의

시체조차 발견 할 수 없을 정도로 이 깊은 늪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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